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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굴려 1년 새 630억 번 '한국의 버핏'

핫이슈정리왕 2005. 6. 21. 14:34
1000억 굴려 1년새 630억 번 ‘한국의 버핏’

가치투자로 대박 이채원 동원증권 상무
“사놓으면 발뻗고 잘수 있는 종목 골라 장기투자 호황업종 안쳐다봐… 경기 나쁜 곳 살펴보면 답”




[조선일보 이길성 기자]

“투자를 해놓고도 밤에 마음 편하게 잘 수 있는 종목, 그런 주식들이 결국 이익을 내더군요.” 원금 1000억원에 이익이 630억원. 9년 경력의 중견 펀드매니저인 동원증권 이채원(41) 상무의 지난 1년 투자 성적표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가 고작 10% 오른 데 비하면 눈부신 실적이다. 집중 투자한 중소 건설과 철강, 에너지 관련주의 주가가 크게 오른 덕이다. 그는 현재 일반투자자 돈은 받지 않고 회사 돈만 굴리고 있다. 냉혹한 승부사일 것이란 선입관과 달리 그의 표정은 여유로웠고, 긴장감은 읽을 수 없었다. 그의 독특한 투자 전략 때문일까?

그는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산 뒤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이른바 ‘가치투자’의 철저한 신봉자다. 일례로 그는 환율·유가·경기가 어떻게 돌아가든 초연한 종목들만 골라서 투자한다. 그러니 외부 변수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때였죠. 주가가 12%나 폭락하던 날 농심과 KT&G(옛 담배인삼공사)도 무차별로 떨어지더군요. 라면과 담배가 테러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요. 그래서 매물이 나오는 대로 샀습니다. 일주일 만에 원래 주가를 회복하더군요.”





유행을 거스를 줄 아는 용기도 그만의 전매 특허다. “증권사 리포트에 자주 등장하는 인기 종목, 호황인 종목은 오히려 투자를 피합니다. 이런 종목일수록 주가가 이미 충분히 올랐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는 대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종목, 경기가 나쁜 업종에서 역으로 투자 기회를 찾는다.

그를 포함, 10명이 일하는 사무실이 매일 텅텅 비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시장에 안 알려진 종목을 택하려면 그만큼 발로 더 뛰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같은 투자원칙을 우직하게 지킨 결과, 지난 2000년 이후 무려 347%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원금이 1000억원이었다면 지금은 4473억원이 됐다는 얘기다. 그 사이 종합주가지수는 12% 상승에 그쳤다.

하지만 그에게도 쓰라린 시련은 있었다. 지난 99년 동원투신 펀드매니저로 명성을 날리던 그는, 당시에도 가치투자를 고집했고 가치가 불투명한 IT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새롬기술·골드뱅크 등 IT 주식을 사들인 다른 펀드들이 수백%의 수익을 내자 투자자의 항의가 빗발쳤다. 지쳐버린 그는 5년간의 펀드매니저 생활을 잠시 접었고, 동원투신의 모기업인 동원증권은 일반투자자에게 부대낄 일 없이 회사 돈만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로 그를 영입했다. 얼마 후 IT 버블이 꺼지면서 그의 투자원칙도 재평가를 받게 됐다.

그러나 이 상무는 올해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전반적인 주가 상승과 함께 저평가된 종목을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이나, 시장 지배력이 큰 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치투자의 큰 틀은 지킬 것입니다.”

(이길성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attic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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