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폰 V4400, 일명 권상우폰이 처음 나왔을 때 광고는 장난이 아니었다. 200만 화소, 동영상
4시간 녹화, 멀티팩 전체화면 등이 광고의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니 동영상은 초당 3~5프레임씩 밖에 안 됐다. CCTV 수준으로
뚝뚝 끊겨서 보였다. 멀티팩 전체화면 속도도 다른 기종에 비해 2배 이상 현저히 떨어졌다. 무엇보다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을 때, MP3 재생
시 버그 등 기능상 오류가 너무 많았다.” 경북 안동시 금곡동 김 아무개씨.
“권상우폰은 휴대전화 값만 75만원이 넘었다.
광고에서도 ‘200만 화소 카메라와 캠코더 MP3까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휴대전화를 사용해본 결과는 ‘우롱당했다’는 느낌 뿐이었다. 요즘
디지털카메라는 30만원, MP3는 15만원, 카메라 달린 쓸만한 휴대전화는 20만원 정도면 충분히 산다. 차라리 그렇게 살 걸…”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 윤 아무개씨.
“버그 패치를 받기 위해 서비스센터에 가면 각서를 쓰라고 했다. 수리 중 휴대전화에 이미 저장된 콘텐츠가
지워져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것에 동의해야하는 거다. 유료로 받아 놓았던 콘텐츠가 날아가도 소비자 책임이라는 건가. 게다가 버그패치가 한
번으로 끝나면 말을 안 한다. 휴대전화를 사고 나서 기계를 3번 바꿨고 패치도 수차례 했다. 사용상 부주의도 아닌데 제조사측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인천시 남구 주안1동 이 아무개씨.
지난해 7월 본격적으로 출시돼 휴대전화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일명 ‘권상우폰’(모델명
SPH-V4400)에 대해 실망을 거듭한 소비자들이 급기야 삼성전자를 고발했다. 이는 휴대전화 시장의 특성상 고기능 휴대전화가 어쩔 수 없이
조기출시되는 상황에서 각종 오류가 불거져왔기에 휴대전화 제조사 전반에 대한 고발이기도 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V4400 기종은 지난해 KTF
번호이동과 맞물려 하루 1000대 이상 불티나게 팔려나갔던 인기품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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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권상우폰'이 초기에 나왔을 때의 광고. 광고에서는 캠코더와 MP3의 기능 등을 강조하고 있다.
| 김승민(36)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 운영자는 다음카페 'V4400 소비자의힘' 등과 함께
V4400 이용자 467명의 이같은 피해 진술과 3500명의 서명을 첨부해 삼성전자를 8일 수원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SPH-V4400출시 당시 TV광고와 제품설명서에서 ▲캠코더와 비교해도 손색이 전혀 없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CCTV 수준에
불과한 동영상 기능이었던 점 ▲원음듣기가 추가된 고급 MP3라고 광고했지만 되감기·빨리감기 등 기본기능마저 빠져 있었던 점 등이 주된 고발
사유.
이 외에 추가로 ▲멀티팩이 전체화면이 지원된다고 했지만 기존 속도에 비해 2배 이상 느려지는 것을 고지하지 않은 점
▲V4400보다 두달 앞서 출시된 제품에 비해서도 구버전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음 점도 고발 사유에
포함시켰다.
김 운영자는 또 동일한 내용의 피해사례를 토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를 ‘허위과장광고’ 혐의로 신고했고,
한국소비자보호원에도 진정을 제기했다.
“캠코더가 아닌 CCTV수준 동영상, 되감기·빨리감기도 안 되는
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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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출시 후 11월까지 제조사가 V4400의 캠코더기능 설명란에 게시했던 내용. 이후 삼성측은 소비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VGA 사이즈는 초당 3~5프레임)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 동영상 가운데 TV는
초당 30프레임으로 구성된다. 캠코더도 마찬가지로 30프레임. 영화는 24프레임, 애니메이션은 18프레임이다. 사람의 눈에는 초당 15프레임
이상으로 구성돼야 자연스러운 동영상처럼 보여진다. 초당 3~5프레임으로 구성되는 CCTV가 중간에 끊기듯 어색하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에서 V4400을 출시하면서 내걸었던 광고는 ‘캠코더와 비교해도 손색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믿고
산 소비자들은 속았다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어 보인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불만은 거셌다.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에 사는 조 아무개씨는
“제품상세 설명란 어디에서도 VGA(640*480) 사이즈에서 3~5프레임으로 촬영된다는 말이 없었다”며 “캠코더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말만
듣고 산 우리들만 억울할 뿐이다”고 성토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홍 아무개씨도 “찍을 때마다 뚝뚝 끊겨서 나오는 걸 보고
황당하기만 했다”며 “어떻게 제조사에서 캠코더폰이라고 광고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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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당시 V4400 휴대폰 광고 2개와 제조사측의 V4400에 대한 MP3 상세설명.
| MP3도 비슷한 경우다. 타 기종의 핸드폰과 달리 V4400에는 빨리감기와 되감기 기능이
빠져있었다. 그런데도 제조사측은 ‘원음기능이 추가된 고급MP3폰’과 ‘MP3 부분에서 똑똑한 휴대폰’이라는 표현을 써서 소비자들을
현혹했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이 아무개씨는 “MP3를 듣다가 전화가 와서 받고 나면 듣던 MP3를 처음부터 다시 들어야만
했다”며 “빨리감기나 되감기처럼 기본적인 기능이 없다는 걸 알고나니 황당하기만 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멀티팩은 느림보, 구버전 소프트웨어 사용한 최신폰”
동일한 제조사에서 V4400보다 두달 가량 앞서 출시된 X-850에는 ‘3D
그래픽 유저인터페이스(UI)’라는 문구가 삽입됐다. 신버전 소프트웨어를 썼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후에 출시된 V4400에는 2002년부터
사용돼왔던 구버전 UI가 그대로 사용됐다. 이에 당연히 신버전 UI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믿음은 깨지고 말았다. 제조사측에서 별다른
고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구버전 UI는 신세대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신버전 UI는 글씨체를
선택할 수 있고, 사진을 배경화면 등에서 전체화면으로 쓸 수 있다. 각종 아이콘도 3D로 디자인이 돼 있다. 하지만 V4400은 최첨단
휴대전화라는 이름이 궁핍할 정도로 구버전 UI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다.
인천시 연수구 청량동 유 아무개씨는 “V4400 UI는
이미 2년전부터 써왔던 X1300모델과 거의 비슷했다”며 “하필 고가의 신제품를 내면서 예전 UI를 그대로 쓴 이유가 KTF 번호이동 등 전략적
제휴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멀티팩도 유사한 경우다. 제조사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인터넷서비스
창(멀티팩)의 화면이 커진 사실만 홍보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겪은 것은 2배 이상 느려진 서비스 속도였다.
서울시 도봉구
쌍문4동의 서 아무개씨는 “휴대전화의 전체적인 반응속도를 비롯해 멀티팩속도가 심각히 느려졌다”며 “개선을 위해 서비스센터에 가도 ‘초기 출시
모델에서 프로그램만 교통정리해 미세하게 빨라질 수만 있다’고 말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국내 휴대전화 이용자는 베타 테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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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V4400 중 사진 왼쪽에 있는 제품은 오류로 인해 통화 불능 상황이다. 이 기종은 이외에도 잦은 오류로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미디어다음 | 이 같은 지적들 외에도 V4400 이용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피해 사례에 따르면 통화 중 갑자기 불통되거나 휴대전화 스스로 전원이 나가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또
문자송신 시 전혀 엉뚱한 번호로 송신되거나 다운받은 콘텐츠를 사용할 수 없는 등 기본기능과 부가기능을 포함한 오류는 수십가지가 넘었다.
문제는 제조사인 삼성전자 측이 공식적으로 ‘버그패치’를 한 항목이 60여 건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오류를 겪고
있다는 것.
이에 소비자들은 휴대전화 제조사가 국내 이용자들을 베타 테스터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출시를 위해 시험적으로 써보게 한다는 것이다.
다음카페 ‘V4400 소비자의 힘’ 운영자 정주영(19)씨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세계에서도 최첨단을 걷고 있다”며 “제조사들이 우선 출시를 한 다음 우리나라 시장에서 인정받고 오류를 수정하면
수출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미국 지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3월13일자에서는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전 세계로 선보이기 전 6~8개월 동안 국내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리모델링 하거나 문제점을 고쳐간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번호이동, 전략적 제휴도 단말기 조기 출시 유도해”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번호이동 서비스가 신제품 단말기 조기출시의 주요한
원인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4월 130만 화소 V4200을 출시하면서 6월 V4400(200만 화소), 8월 S2300(300만 화소),
10월 S250(500만 화소)를 두달 간격으로 연이어 출시했다. 이 무렵 삼성전자와 KTF의 전략적 제휴에 따른 KTF용 고기능 휴대전화
연속출시는 시장에서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처럼 화소가 올라가는 등 기능이 갈수록 높아지는 휴대전화 치고는 출시간격이 다소 짧은 편이었다.
출시 전 오류점검이 완벽히 이뤄지기가 어렵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로 단말기 제조사측의 한 관계자는 “고가의 휴대전화에는
동영상, MP3 등 기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전 검증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출시된 이후 10~20만대를 소비자들이 사용하다가 문제가
있다고 하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문제가 비로소 접수되는 거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멀티팩 속도 등 발생한
문제들에 대해 미리 대처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며 “버그에 대해 최대한 공개하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오류수정은 끝났다, 제품도 단종됐는데…”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삼성전자측 관계자는 “허위과장광고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확답할 수 없다”며 “V4400은 이미 단종된 제품으로 기존 소비자들의 불만을 최대한 수용해 모든 오류수정이 끝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PC에서도 소프트웨어가 문제가 있으면 계속 버그패치를 하는 것처럼 고기능 휴대폰도 마찬가지로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게다가
V4400기종은 이미 단종됐다는 것.
그는 또 “V4400에 구UI를 적용한 것은 개발 시기가 출시로부터 1년전이었고, 그 당시에는
구UI가 최신 버전이었다”며 “개발 과정에서 UI를 바꾸는 것은 제품 설계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기에 그 점에서 불가능했던 것이다”고
해명했다.
국내 소비자들을 베타 테스터 취급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말도 안 된다”며 “최근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기종이
200만 화소대로 미국의 경우 폴더형이 아닌 ‘바’형으로서 애초부터 내수모델과 수출물량이 서로 다르다”고 답했다. 오히려
블루블랙폰(D500)이나 인테나폰(E700), 벤츠폰(E3200) 등은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좋아 국내에서도 판매한 경우라는
것.
마지막으로 그는 “서비스센터에서 각서를 받는 것도 타사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이미 V4400의 오류에 대해
가능한 수용하고 수정해왔지만 고객만족이라는 게 참 어려운 것 같다”고 난처해 했다.
고발장 접수 이후...삼성 VS 소비자단체
이처럼 다음카페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이하 공제모)과 'V4400 소비자의힘'이 삼성전자를 허위·과장광고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한 가운데 삼성전자측은 고발장
접수 확인 후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법적대응'까지 갈 수도 있다는 것.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김승민 공제모 운영자는 "삼성전자측이 법적대응에 나선다면 지금까지 소비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오히려 무시하는 처사다"며 "V4400 기종
뿐만 아니라 애니콜 휴대전화 전 기종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불편·불만 사항을 접수해 재고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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