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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못 모은다'는 생각은 버려라

핫이슈정리왕 2007. 11. 10. 11:11
'돈 없어 못 모은다'는 생각은 버려라
글쓴이 : 권성희 ('엄마의 경제력이 집안의 미래를 좌우한다' 저자)

아이가 있는 30대 부부에게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매월 들어오는 돈은 뻔한데 이 돈으로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는 것이다. 30대의 재무설계는, 비상자금과 자산을 늘리기 위한 종자돈이란 2대 주춧돌 위에 내 집 마련, 자녀 교육, 노후 대비라는 3대 기둥을 세우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재무설계를 위해는 이와 같은 5가지의 서로 다른 항목으로 돈을 모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하면 한숨부터 쉬는 사람들이 많다. 내 집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담이 덜하겠지만 아직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 30대 엄마들에게 아이 대학 등록금도 지금부터 모으고 노후대비도 지금부터 시작하라고 다그치면 "돈이 있어야 돈을 모을 거 아닌가요?" 란 불평을 듣기 십상이다.

실제로 그렇다. 결혼을 해야 정신 차리고 돈을 모은다는 말도 있지만 아이가 생기면 돈 모으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결혼을 해야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생겨 씀씀이를 조절해가며 돈 모을 생각을 하지만 아이가 생기면 아무리 줄이려 해도 씀씀이가 늘어나 돈 모으기가 어려워진다.

<맞벌이의 함정>(필맥. 2004)이란 책이 있다. 제목은 맞벌이의 함정이지만 사실은 중산층 가정이 파산에 이르게 되는 원인과 대책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 최악의 재정난에 빠져 파산에 이르는 사람들은 처음 발급 받은 신용카드로 마구잡이식 쇼핑을 한 젊은이도 아니고 나이 들어 직장도 없고 저축도 충분치 않은 곤궁한 노인도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최악의 재정난에 빠진 사람들의 한 가지 공통점은 자녀가 있는 중산층이란 점이다.

왜 그럴까. 중산층 가정이 사치품을 사느라 과소비하기 때문일까. 엄마가 명품 옷을 사 입고 명품 가방을 사기 때문일까. 아빠가 고급 자동차를 몰고 다니며 주말이면 자기 돈으로 골프 치러 다니기 때문일까. 온 가족이 고급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너무 자주 하고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기 때문일까. 다 아니다. 이유는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 있는 중산층 가정이 최악의 파산에 이르는 첫째 이유는 학군이 좋은 지역의 집을 사느라 주택담보대출을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이고 둘째는 교육비에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셋째는 과거에 비해 현대 사회에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소비품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자가용은 모든 가정의 필수품이 아니었으나 지금은 필수품을 넘어 제2의 자가용까지 필요한 시대가 됐다. 10년 전만 해도 휴대폰은 특수한 직업에 종사하거나 돈이 많은 사람만 갖고 다니던 고가의 소비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갖고 다니는 필수품이 됐다.

집 사느라 몇 천만원의 대출은 기본이고 여기에 대출이자, 대출금 상환액, 교육비, 자동차 유지비, 통신비 등 고정 지출이 많다 보니 미래를 위해 저축할 재정적 여유가 없어진다. 이런 상태에서 해고나 사업 부진, 질병 등으로 소득이 줄게 되면 심각한 재정적 곤란에 처하게 된다.

아이가 있는 중산층 가정 중에 사치품을 사느라 과소비하는 가정, 놀고 즐기는데 돈을 펑펑 쓰는 가정은 거의 없다. 대개가 매월 특별히 쓴 것도 없는데 간신히 적자를 면할 정도다. 고정적인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축할 돈을 마련할 것인가. 답은 한 가지 밖에 없다. 재량적 소득을 늘리는 것뿐이다.

재량적 소득이란 가처분 소득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개념이다. 가처분 소득이란 세금과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보험료 등 세금과 각종 준조세를 제외한 실소득을 말한다. 재량적 소득은 이 가처분 소득에서 대출 이자, 자동차 할부금 등 각종 대출 원리금과 전기요금, 가스요금, 수도요금, 전화 및 통신비, 아파트 관리비 등 생활 필수 서비스 요금과 주거비, 그리고 아이에게 들어가는 필수 교육비 등 고정적인 지출을 모두 제외하고 남는 소득을 말한다.

재량적 소득은 필수적인 고정 지출을 제외하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다. 저축할 돈이 없다면 고정 지출을 줄여서 재량적 소득을 늘리든지, 더 줄일 고정 지출이 없다면 투잡을 해서라도 재량적 소득을 늘려야 한다. 이렇게 해서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을 적게 만들어 매월 남는 돈을 만들고 이를 모아 나가야 한다.

매월 약간이라도 돈을 모아 나가지 않으면 해고나 사업 부진, 질병이나 사고 등 예상치 못한 불행에 직면했을 때 가정 경제가 무너지게 된다. 매월 약간이라도 저축하는 돈이 없다면 가정의 재정적 미래 역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득이란 대개 경력이 쌓일수록 많아지지만 나이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줄어들게 된다.

반면 지출은 소득이 늘어나면서 계속 늘어나며 나이가 많아졌다고 해서 크게 줄지도 않는다. 아이들 결혼을 시킨 후에는 나이가 들어 의료비 지출이라도 늘어나게 돼 있다. 따라서 매월 약간이라도 돈을 모아 나가지 않는다면 매월 조금씩 가난해지고 있는 것이나 같다. 그러니 돈이 없어 돈을 못 모은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과감히 자동차를 없애든, 가족들이 쓰는 휴대폰 숫자를 줄이든 가계 재정을 짜내서라도 미래에 대비할 돈을 만들어야 한다.

[권성희 ‘준비하는 엄마는 돈 때문에 울지 않는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