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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지 않는 부서로 전출발령이 난 김씨는 한동안 퇴사를 고민해 아내를 불안하게 했다. 아내의 설득으로 마음을 다잡고 주 5일 근무제를 활용해 미리 퇴사 준비를 하기로 했다. 우선 아내에게도 부업 준비를 위해 여성개발센터 등에서 조리강좌를 듣도록 했으며 주말에는 부부가 함께 경매 강좌를 찾기도 했다. 또 김씨는 대학을 졸업했지만 창업준비에 도움이 되는 사이버대학이 있다는 정보를 얻고 온라인 학부 3학년생으로 편입했다.
작년 7월부터 시행된 주 5일 근무제는 오는 7월 1일 30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실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여가 활용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 많아 늘어난 휴일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던 게 사실. 하지만 점차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놀이보다는 생산적인 방향으로 주말을 활용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주 5일 근무제 실시 직후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상당수의 직장인이 주 5일 근무보다는 소득 증대에 관심이 더 많다는 의견이 나왔다.
직장인이 생각하는 주말 휴가 활용방안은 크게 퇴직 대비, 소득증대, 자기계발 등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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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가장 관심도가 높은 것은 단연 ‘투잡스(two jobs)’. 진입은 어렵지만 탈퇴는 수월한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고용불안정을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월 취업포털 잡링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올해 투잡스 계획이 있다’고 대답했다.
투잡스는 시간활용이 관건인 만큼 평일에 두 가지 일을 소화하기보다는 주말을 활용해 창업이나 부업을 꿈꾸는 이가 많다. 평일에는 직장인, 주말에는 사장님으로 변신하면서 시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주말창업이 그것. 아직 주말 창업을 하지 않은 이도 주말이면 관련 동호회를 만나 정보를 얻고 공부하면서 바쁜 주말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할 때 창업에 성공하려면 미리 2~3년 정도 준비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안정적인 수입을 놓치지 않으면서 주말창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에는 가족활용업종, 온라인 활용업종, 영업형업종, 방문형업종, 대여업업종, 자판기업 등을 들 수 있다. 직장인이 주말을 활용해 창업을 한다 해도 평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기는 힘든 일이다. 이런 때는 전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매니저의 역할이 사업의 매출을 좌우한다. 매니저 중에서도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가족.
수원에서 가정방문미술 사업을 하는 정모(38·참미술)씨는 개인사업을 하기 전 준비단계로 주말창업에 도전한 케이스다. 직장에 매여있는 몸이라 평일에는 아내에게 지사관리를 맡기고 주말에는 정씨가 전단지를 뿌리는 등 홍보와 영업활동, 매장관리를 한다. 정씨는 “무턱대고 직장을 나와 창업해서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본지라 더디 가더라도 충분히 검토한 후 창업을 하기 위해 주말창업을 택했다”고 말한다. 피부관리실이나 고객의 역할이 큰 셀프다이어트방 등도 가족이나 매니저를 활용하기에 적당하다.
주말을 활용해 영업을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주말을 이용, 출장사진 서비스를 할 수도 있고 성격이 활발해 대인관계에 자신있는 사람은 영업형 업종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특히 주말창업자들은 시간이 많지 않아 창업자가 영업을 위해 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는 초기 영업을 지원해주는 본사를 선택하는 것이 수월하다.
직장에서 쌓은 인맥을 활용하면 주말에도 충분히 판매업에 뛰어들 수 있다. 이 경우 여러 가지 제품을 갖추고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특화한 아이템만을 팔아야 가능하다. 온라인을 활용한 업종은 주말에 따로 출근할 필요없이 집 안에서 업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홈쇼핑을 운영한다거나 웹 버전의 프로그램을 판매, 관리하는 업종이 그것. 온라인을 활용하면 창업비용이 저렴해 시작이 용이하고 인터넷을 이용해 사업을 홍보할 수 있어 시간이 따로 많이 들지 않는다.
직접 고객의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형 업종도 주말창업이 가능하다. 아파트 장날이나 백화점 행사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홍보했다가 고객이 전화로 요청하면 찾아가 서비스하는 업종은 고객·점주 간 약속을 통해 서비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말창업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욕실리폼업을 들 수 있다. 주 1회나 월 1회 등 정기적으로 방문해 물품을 대여하는 업종의 경우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으므로 주말 활용이 가능하다. 점포를 지킬 필요가 없는 무점포 영업형이 많으며 짧은 시간에 어떻게 많은 고객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이 외에도 부업의 대표적인 형태로 자판기를 들 수 있다. 자판기 한두 대를 설치해 1~2일에 한 번 정도 상태를 체크하면 그만. 자판기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입지로 사람이 많이 오가는 역이나 은행, 관공서 등에 입점하면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창업오케이닷컴(www.changupok.com)이 주말 창업자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중 상당수는 주말창업에서 성공할 경우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생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큰 소득을 바라기보다는 사전에 사업을 체험하고 창업 경험을 쌓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는 사람도 절반 이상이 넘었다.
주말창업이 소득 배가를 꾀하면서 장기적으로 창업을 통한 제 2의 인생을 대비하는 것이라면 자기계발은 몸값을 높임으로써 성공적인 전직을 하거나 역량 강화를 통해 창업성공을 꾀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샐러던트(saladent)’란 말이 유행일 정도로 여가시간에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직장인은 영어와 컴퓨터는 물론이고 제2외국어와 자기 분야의 지식을 키움으로써 성공적인 경력 관리를 위해 주말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박모(39)씨는 회사를 퇴직한 선배가 중소기업에 입사 후 각종 컴퓨터 프로그램 조작에 익숙하지 못해 고생하는 것을 보고 두 달 전 파워포인트 엑셀 과정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학원에 등록했다. 김모(42)씨도 전직을 감행한 동료가 중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무역을 하는 중소기업에서 잘 적응하는 것을 보고 중국어 공부에 도전했다.
어학·컴퓨터 등 자기계발도 관심
이처럼 직장인이 선호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어학, 컴퓨터 등 기초적인 실력 배양을 위한 것이 많다. 창업을 꿈꾸는 직장인은 창업준비 과정을 선호한다. 재테크 강좌는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최근에는 경매 공매 등의 과정이나 땅투자 관련 강좌가 큰 인기다.
이밖에 경영지도사나 변리사, 공공주택관리사, 가맹거래상담사, 부동산중개사, 분양상담사 등 자격증 과정도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일부 자격증은 취득을 해도 유명무실하거나 적성에 맞지 않으면 업무를 하기 힘든 직종도 있다. 신규 자격증일수록 관련 업무의 성격이나 진로를 미리 파악한 후 도전하는 게 좋다.
주 5일 근무로 직장인이 선호하는 이들 강좌는 특정 분야의 관련 협회나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최근에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동호회를 주축으로 유익한 주말강좌가 개최되기도 한다.
한국생산성본부에서는 월별로 부동산컨설턴트와 경매 과정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장래 부동산컨설턴트나 경매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교육기간은 45시간 정도다. 서울, 대구, 부산 등 교육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 한국국제금융연수원에는 무역업무, 수출입업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직원들을 키우기 위한 CDCS(국제공인신용장전문가과정)가 있다. 기업체 직원, 은행원, 수출입 유관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연수비용은 120만원, 매주 토요일마다 총 54시간으로 진행된다.
각 대학의 사이버 대학원이나 평생교육원 역시 주 5일 근무로 상한가를 누리는 교육기관이다. 사이버 대학은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데다 대학에서 학사 관리를 하면서 내용이 충실하고 졸업장까지 취득할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세종사이버대학(www.cybersejong.ac.kr)에서는 호텔경영학이나 이비즈니스, 금융자산, 외식창업 등에 관한 내용을 2년 과정으로 교육한다. 온라인 수업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도 하고 졸업 후 학과에 따라 창업경영컨설턴트나 경영지도사,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 유용하다. 숭실대학교 평생교육원(www3.ssu.ac.kr/lle)에서는 판매유통전문가를 양성하는 유통관리사 2급과정 강좌를 개설해 직장인은 물론 일반인의 자격증 취득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32시간으로 진행되며 일년에 두 차례, 수강료는 20만원이다.
최근에는 전문 컨설팅사들도 주 5일 근무 시장을 겨냥,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컨설팅연구소 한누리창업연구소(www.changup2002.com)에서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상권입지분석 강좌를 종종 열고 있다. 직장인을 위해 토요일 오후부터 진행되며 상권 및 입지 분석기법이나 입지전략, 권리금 분석 등을 통해 실제로 점포를 개발하는 기법을 배울 수 있다.
창업 준비 강좌의 경우 최근 들어 지자체 차원에서 무료로 시행되는 과정이 많은데 특히 40대 이후의 직장인에게 인기가 높다.
오프라인 시장이 불황으로 정체돼 있는 반면 온라인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인터넷 쇼핑몰 운영은 직장인이 도전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잡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 쇼핑몰 운영 관련 강좌에 직장인이 대거 몰리고 있다. 각종 IT관련 협회나 포털형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업체인 옥션 등이 주도가 된 쇼핑몰 창업 강좌는 대부분 무료인데다 교육 시간이 짧아 주 5일 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강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