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가장 비싼 집은 공사가 진행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이태원 자택이다. 건설교통부는 이 집의 공시지가가 74억4,00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대지 646평, 건평 1,033평에 각종 첨단설비와 최고급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성북동은 가장 비싼 단독주택 10곳 중 절반이 몰려 있다.
공시지가 41억3,000만원으로 9위에 오른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집은 성북동 끝 자락인 홍익사대부속고등학교 위에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도 성북1동에 속해 저택들이 주로 몰려 있는 성북2동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정면에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전혀 없고, 다른 집들보다 주변에 나무가 많아 고즈넉한 분위기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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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조 상무의 저택은 짧게 깎은 잔디 위에 놓인 작은 벤치와 돌로 만들어진 조형물들이 낮은 조경수와 어우러져 있다. 지은 지 25년이 지난 이곳은 현재 조경공사를 포함한 수리가 한창이다. 조 상무는 부친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으로부터 이 집을 증여받았다. 공시지가는 44억7,000만원으로 7위.
성북동 주택 가운데에는 유난히 눈에 띄는 집이 한 곳 있다. 성북동 언덕 중턱의 우신건재상 맞은편에 있는 이 집의 등기부 등본상 주인은 대한불교조계종 통도사다. 이곳에는 세 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은 법당을 연상케 한다.
정원에는 거대한 돌탑도 들어서 있다. 이 집에는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다. 원래 김성필 전 성원토건 회장이 법인소유 형식으로 갖고 있었지만, 성원토건이 부도나기 직전인 1998년 3월 김 전 회장은 이 집을 통도사에 넘겼다.
그러나 성원토건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뒤 예금보험공사는 이 집을 사실상 김 전 회장의 소유라고 판단해 토지에 대한 ‘명의신탁약정 무효로 인한 부당이익반환 청구권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예보의 가처분 신청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져 이 집은 매매 ·증여 ·저당권 ·임차권 설정을 비롯한 일체의 처분행위가 금지돼 있다. 공시지가 4위로 53억1,000만원이다.
50년 가까이 성북동에 살아온 토박이 주민으로 3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부호들의 저택을 매매해왔다는 정모 사장은 “성북동 집이 비싼 건 시내가 가까우면서도 조용하고 공기가 맑기 때문인데 이런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북동 주택가에서는 걸어다니는 사람과 대중교통 외에도 없는 게 또 하나 있는데, 바로 4층짜리 집”이라고 했다. 정 사장은 성북동 주민들이 구청에 요청해 이 일대가 ‘제1종 주거전용 지역’으로 지정됐다고 전했다.
고도제한 때문에 3층 이상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모든 집의 조망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규제를 한 셈이다. 이태원이나 방배동 등 다른 고급 주택가와 달리 성북동에는 빌라가 거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철완 씨가 소유한 방배동 주택은 한눈에 봐도 부호의 저택임을 짐작할 만한 외관을 가졌다. 방배동 주택가 언덕에 위치한 이 집은 멀리 한강 너머로 남산까지 한눈에 바라다 보일 만큼 탁월한 조망권을 갖고 있다.
박씨는 지난 2002년 고 박 회장으로부터 공시지가 50억4,000만원으로 5위에 올라 있는 이 집을 상속받았다. 바로 옆에는 새 집 공사가 한창인데, 인근 주민들은 고 박 회장의 형제들이 모여 살기 위해 집을 신축 중이라고 전했다.
아파트와 연립주택 가운데 비싼 집들은 대부분이 강남에 몰려 있다. 국세청 기준시가로 따졌을 때 가장 비싼 아파트와 연립주택은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3차 180평형과 5차 230평형. 기준시가는 각각 28억8,000만원과 32억8,000만원.
하지만 이 집들은 워낙 평수가 넓어 한 채당 가격이 높을 뿐 평당 가격으로는 삼성동 I-파크(평당 2,641만원)에 못 미친다. 비싼 아파트 2위에는 28억원인 도곡동 ‘힐데스하임’이 꼽혔다. 한 채가 210평에 달하는 이 아파트는 주변이 낡은 빌라들로 둘러싸여 있고 진입로도 좁다.
포브스코리아 2005년 06월 01일 28호 / 2005.06.16 09:05 입력 / 2005.06.16 09:07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