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11일 (일) 05:52 연합뉴스 | |||
<인터뷰> 억만장자 지휘자 길버트 카플란 | |||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억만장자 지휘자 길버트 카플란(63). 지휘자이기 이전에 전세계 150개 국에서 14만 부 이상 팔리는 금융 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를 창간, 발행하고 있는 경영인이다. 잡지를 창간하기 2년 전인 1965년. 그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지휘의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듣고 "벼락이 몸을 관통하는 듯한" 경험을 한다. 청년 시절의 이 잊지 못할 경험으로 말러의 '부활'은 그의 평생 꿈이 됐다. 전문 음악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순수 아마추어 애호가였던 그는 경영인으로서의 성공을 이룬 후 다시 본래의 꿈을 이루고자 나이 마흔에 지휘 레슨을 시작한다. 그 꿈이란 바로 '부활'을 직접 지휘해 보는 것. 이 꿈은 곧 현실이 됐다. 1982년 개인 콘서트를 통해 지휘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오직 말러 2번 '부활'만으로 세계 31개 오케스트라와 50회가 넘는 공연을 여는 기록을 세웠다. 1987년엔 런던 심포니와 음반까지 냈고, 이 음반은 뉴욕타임스 '올해의 음반'에 선정되는 등 지금까지 나온 '부활'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 됐다. 2003년엔 말러의 고향 빈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다시 녹음해 화제가 됐다. 특히 빈 필과 녹음한 말러 2번은 그가 기존의 악보들에서 400곳이 넘는 오류를 발견, 수정한 개정판 악보를 토대로 한 것. 다음달 첫 내한공연(10월 15일 오후 6시 성남아트센터)에서 KBS교향악단과 연주할 2번도 바로 이 악보의 한국초연이다. 공연을 앞두고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첫 한국 공연 소감은. ▲이미 한국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갈 때마다 활기찬 기운을 느꼈던 터라 이번 방문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성남아트센터 개관 무대에 '부활'을 올리게 돼 영광이다. 한 편의 서사시같은 이 작품에서 말러는 어떻게 만물이 소멸하고 다시 태어나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새 음악당의 탄생을 축하하기에 더없이 안성맞춤인 곡이다. --왜 '부활'만 고집하는지. ▲말러는 아마도 삶과 죽음에 대한 답을 음악 안에서 찾고자 한 최초의 작곡가였을 것이다. 말러 스스로도 이 작품을 쓴 이유에 대해 "'우린 왜 살며, 인생이란 한낱 조크에 불과한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라고 했다. 이 작품엔 말러의 인생, 그의 사적 세계, 내면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많은 이들이 이 곡에 감동을 받는 이유는 바로 그런 말러의 그런 내면 모습이 우리 자신과 닮았기 때문이다. 말러는 이 곡을 다 쓰고 난 후 "누구라도 이 음악이 가진 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했고, 난 그 말을 굳게 믿고 있다. --말러의 다른 교향곡들과 비교해 '부활'의 매력은. ▲말러의 작품 모두를 좋아하지만 2번은 특별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위해 작곡된 곡이다. 말러가 찾은 답은 종교적 의미에서의 부활일 수도 있고,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자기 재생(self-renewal)을 뜻할 수도 있다. --이 작품과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은 어떠했나. ▲1965년 카네기홀에서 스토코프스키 지휘의 아메리칸 심포니 연주로 처음 들었다. 그 때까지 꽤 많은 클래식 곡을 알고 있었지만 말러는 처음이었다. 친구 아들의 선생이 아메리칸 심포니의 첼로 주자여서 초대를 받고 갔는데, 처음 듣는 순간 번개가 내 몸을 관통하는 듯했다. --이번에 연주하는 개정판 악보는 기존의 악보들과 어떻게 다른가. ▲기존 악보들에서 템포가 잘못 표시돼 있다든지, 악센트가 빠져 있다든지, 악상기호들이 잘못돼 있다든지 하는 등의 오류를 많이 발견했다. 이를 수정했지만 플루트 부분을 트럼펫이 연주한다거나 하는 식의 급격한 변화는 없기 때문에 들으면서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긴 곳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미세한 정제작업(subtle refinement)이었다. --지금껏 가진 연주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1995년 중국에서 이 작품을 지휘(중국 국립 심포니)했는데 그 때가 '부활'의 중국 초연이었다. 교향악단 단원들은 대부분 중국의 어려운 시기를 직접 체험한 세대들이었고, 말러나 이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연주회에서 마지막 악장이 끝나갈 무렵 난 단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역시 말러 음악의 힘은 누구에게나 똑같다는 걸 느꼈다. --1년에 몇 차례나 연주하는지. ▲보통 1년에 5회를 넘지 않도록 한다. '2번'만 연주하기 때문에 늘 새로운 느낌이 나도록 노력한다. 연주할 때마다 작품을 다시 연구하고, 매번 다른 오케스트라, 공연장에서 연주한다. 내년엔 런던, 카이로, 뮌헨, 상트 페테르부르크 공연이 예정돼 있다. --경영인으로서의 경험이 지휘를 하는데도 도움이 되는가. ▲회사를 경영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딛는 것이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보통 새 잡지를 창간할 때 우선 여러 테스트를 해본 후 성공한 경우에만 실행시키곤 했다. 이런 경험 덕에 지휘도 시작할 수 있었다. 난 어느 순간에라도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했고, 욕심 부리지 않았다. 간단하게 들리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은 뭔가를 시작하면 꼭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예 시도조차 안하는 경우가 많다. 또 대부분의 경영인들은 직원들에게 칭찬이 인색한데, 난 음악을 하면서 칭찬이 연주자의 실력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는지 깨닫게 됐다. 이 교훈을 회사 생활에도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yy@yn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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