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18일 (일) 15:06 조선일보 |
"카불서는 거지도 핸드폰으로 정보 교환" |
![]() [조선일보] 아프가니스탄 카불로 향하는 아프간 국적항공기 아리아나 항공의 구닥다리 보잉 727기에서 내려다본 아프가니스탄 산하는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풀 한 포기 없는 흙빛의 이슬람 공화국이었다. 카불 공항에 내려앉으며 밖을 내다보니 중무장한 미군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고, 기자가 탄 항공기가 방금 빠져나온 활주로에는 이내 제트 전투기 한 대가 비상하고 있어 긴장감을 더했다. 하지만 시골 버스 터미널같은 카불 공항 청사에 써있는 ‘Welcome to Kabul(카불에 온 걸 환영합니다)’라는 영어 글씨는 애교스러웠다. ◆메이드 인 코리아 인도 뉴델리에서 아프가니스탄 국적항공기인 아리아나 아프가니스탄 항공을 탔을 때 항공기의 남자 승무원 굴랍은 핸드폰을 꺼내 뭔가를 보고 있었다. ‘SAMSUNG’이라는 글씨가 선명한 삼성애니콜 핸드폰이었다. 폰카 기능까지 있는 첨단 제품이었다. 30대초반인 그는 액정화면에 띄워놓은 어린 딸의 사진을 보며 연신 흐뭇해하고 있었다. 그에게 ‘이게 어느나라 제품인 줄 아느냐’고 했더니 “삼성”이란 한국 발음을 똑바로 하더니 “재팬”이라는 확신에 찬 답이 돌아왔다. 기자가 “한국산”이라고 했더니 “몰랐다”고 했다. 카불 시내에서 300달러를 주고 샀다고 했다. 카불 시내 외곽의 중고차 시장 취재를 위해 들렸을 때 점포의 한 사장은 LG전자 핸드폰을 들고 열심히 통화중이었다. 카불 서부 바그만으로 향하는 카불 외곽의 대단위 중고차 시장에 자리잡은 그는 “한국차는 부품을 구하기가 힘들어 이곳에서 인기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두바이에서 들여온 2002년형 쌍용 렉스턴과, 2002년형 현대 테라칸 등 한국차를 갖다 놓고 있었다. 렉스턴의 가격은 1만5000달러, 테라칸은 1만6000달러였다. 이곳은 미니버스가 인기라고 했고, 승용차는 일본 도요타의 코롤라 모델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 ◆이동통신의 나라 아프간은 이동통신 왕국이다. 1979년 소련이 침공한 이후 계속된 22년의 전쟁으로 전 국토가 폐허가 된 탓이다.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미국에 의해 붕괴된뒤 전후 복구를 서두르다 보니 유선전화를 깔기 보다는, 바로 이동통신으로 갔다. GPS방식을 채택, 기지국 등 많은 시설을 갖출 필요없이 인공위성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로션 등 2개의 이동통신사업자가 있는데 이용료도 매우 저렴하다. 카불 시내에서 만난 마수드 아마드 시디기(25)씨는 “형제가 4명인데, 모두 핸드폰을 갖고 있다”면서 “카불에서는 구걸을 하는 여자들도 핸드폰을 갖고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혼란스런 아프간 아리아나 항공은 지정좌석이 없었다. 뉴델리의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서 올라탄 아프간 국정항공기에서 여자 승무원은 들어오는 순서대로 손님들을 앉혔다. 기자가 ‘지정좌석이 아니다’고 말하자 “여기서는 그렇다. 굳이 지정좌석에 앉겠다면 해주겠다”고 말했다. 한 백인 여성도 자신의 자리에 아프간 남자가 앉아있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좌석 뒤쪽 공간에는 의자가 수십개 정도 들어내고 없었다. 사람들이 타는 공간 아랫쪽에 화물공간이 있는데도, 좌석칸 뒤쪽을 화물칸으로 만들어 놓은 것. 승무원은 “화물이 많아서”라고 했다. 하지만 화물이라고는 ‘승무원’의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사과상자 10여개였다. 카불은 한국과 같이 차가 도로의 오른쪽으로 다닌다. 자연 자동차의 핸들은 왼쪽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왼쪽 핸들 차량과, 오른쪽 핸들 차량이 공존하는게 아프간의 현실이다. 별다른 규제도 없고,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나 독일에서 차를 수입해 오면서 가격맞고 물건이 괜찮으면 무조건 사들이는 탓이다. 혼란스런 아프가니스탄의 오늘을 그대로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 ◆불안한 평화 18일 총선 때문에 아프간은 긴장감이 고조돼있다. 수도 카불에서 미군과 다국적군(ISAF)은 순찰을 강화했고, 17일 밤에는 카불 시내를 헬기들이 계속 날아다녔다. 도로 곳곳에서는 검문이 벌어졌다. 하지만 기자가 탄 차량은 외국인 표시인 ‘M’가 붙은 번호판이어서 그런지 차량을 세우지 않고 바로 통과시켜줬다. 하지만 아프간인 차량들은 폭탄 적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본네트를 열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시내의 미국 대사관 인근은 경계가 삼엄하기 그지 없었다. 인근을 콘크리트 장벽으로 차단하고, 대사관 앞길의 차량 진입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었다. 대사관에서 떨어진 쪽의 보도로 걸어서 지나가는 것만이 허용됐는데, 그나마 카메라를 휴대하지 못하도록 했다. 경비를 서고 있는 한 미국인(용병으로 보임)은 “이상한 행동을 하면 어려운 일을 당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대사관 인근 도로 최외곽경비는 아프간 경찰이, 그 안쪽은 AK소총을 든 네팔 용병이, 그리고 그 안쪽은 미군이 맡고 있었다. ◆부산한 재건의 삽질 시내는 온통 건축 붐이다. 현지인들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치안이 급속도로 안정되고 있어, 먹고 살려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보인다. 시내의 상점에는 상품들이 꽉꽉 들어차있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카불은 이제 일정한 안정 궤도에 들어서있고, 국제사회가 당분간 관심을 계속 가져주면 빨리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최준석 특파원 [블로그 바로가기 jschoi.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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