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용 휴대전화 비싸다는 보도에 네티즌들 "황당해"
내수용 휴대폰 가격이 수출용 휴대폰 가격보다 훨씬 비싼 까닭은 무엇일까?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심재엽 의원(한나라당)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의 공장도 가격은 내수용이 평균
35만원, 수출용이 평균 15.9 만원으로 내수용이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네티즌들은 이같은 보도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경쟁이 치열한 해외 시장에서 입은 출혈을 국내 시장에서 보상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내 소비자들을
'봉'으로 여기고 있다는 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업체들은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은 자국 시장에서 탄탄한 유통망과
서비스 채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격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 같은 수출과 내수의 가격 격차는 시장원리의 정상적인 작동이라고
주장한다.
치열한 납품 경쟁 해외 시장에서는 '저가 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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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심재엽 의원실 | 동일한 휴대전화의 공장도 가격이 외국보다 한국에서
더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유럽에는 수많은 휴대전화 업체가 있지만 노키아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직접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업체는 드물다. 휴대전화 제조국들은 한국, 일본, 중국에 편중돼 있다.
이처럼 해외의 유명 IT, 전자
가전 업체들은 유통과 판매만을 할 뿐 물건 생산은 주로 OEM 방식을 통해 아시아 3국에서 물량을 공급 받는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주문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제조업체들은 피 튀기는 가격경쟁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해외 바이어들은 우월적 지위를 활용, 해마다 아시아의 제조업체들에게 제품 납품가를 5% 이상씩 인하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국내 업체들은 제품 하나를 팔았을 때의 이익은 낮더라도 전체 물량을 수주했을 때의 이윤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가격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 뿐 아니라 모든 전자 제품의 내수용 제품은 수출 제품보다 비싸다.
보급률 100% 국내 시장선 가격 경쟁 아닌 프리미엄 전략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일단 국내 시장에서 국내 단말기
업체들은 해외 업체에 비해 이미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모토로라나 노키아 같은 외국 제품들은 한국에서는 국내 제품들에 비해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국내 업체들은 외국업체들에 비해 탄탄한 유통망과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 수익을
보장받는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가격 경쟁을 하는 대신, 프리미엄 휴대전화 경쟁을 통해 가격 상승을 주도한다.
따라서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의 공장도 가격은 수출용은 낮고, 내수용은 높게 책정이 되는 것이다. 이같은 경우는 직접 가전 제품을
생산하는 한중일 아시아 3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적 현상으로, 산업 구조에 따른 특수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 진출한 외국 휴대전화 업체들은 왜 국내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일까.
외국계 업체들은 가격 경쟁에 나설 경우
막대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시장은 외국계 업체 입장에서 보면 이미 국내 업체들이 판매망을 구축한 '레드오션'이기 때문이다. 국내 휴대전화
보급률이 100%에 가까운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과 본격적인 가격 경쟁을 벌일 경우, 탄탄한 서비스 채널과 인프라,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구축한 국내 업체에게 밀릴 위험도 크다.
소비자 가격도 해외보다 국내가 더 쌀까?
그렇다면 휴대폰의 공장도가격이 아닌 소비자 가격은 해외와 국내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각국의 시장 성격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곤란하다고 답한다.
예를 들어 국내업체들
입장에서 유럽 시장은 물량 확보 경쟁에 치중하는 '레드오션'에 가깝다면, 휴대전화 보급률이 높고 얼리어답터들이 많은 국내 시장은 물량공세 등의
경쟁은 덜 하지만 최첨단의 기술이 없으면 도태되는 '테스트 마켓'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같은 업체의 법인이라도, 국내의 휴대폰
사업부와 해외 사업부가 공장으로부터 휴대폰을 납품받는 가격은 다르다.
해외법인은 판로 확보 등 외국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에 더 많은 예산을 쓰기 때문에 국내 법인보다 휴대폰 공급가를 더 적게 낸다. 휴대전화 회사 전체의 입장에서 보자면 해외에서는 소비자 확보를
위해 공장의 판매 마진을 상당 부분 포기하는 것이다.
한 휴대전화 업체 관계자는 "국내 핸드폰 공장도 가격이 더 높다는 보도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지만 이는 시장의 성격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국내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봉'으로 여겨서는 아니다. 국내
시장은 '테스트 마켓'으로 오히려 최고의 서비스와 기술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업체로서는 가장 역점을 두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발표된 자료는 업체들의 공장도 가격을 뭉뚱그려 평균 낸 수치에 불과하다"며 "외국에서의 소비자 가격과 한국에서의
소비자 가격을 단순 비교하거나, 카메라폰, MP3 폰 등 프리미엄 기종별 소비자 가격을 단순 비교했을 때는 각국 시장의 성격이나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고 덧붙였다.
정통부로부터 휴대전화 내수와 수출 평균 가격 자료를 입수한 심재엽
의원실은 "업체별 평균 가격 등 구체적인 현황은 각 사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관계로 입수하지 못했고, 입수된 가격 정보는 부가세와 판매비용이
포함되지 않은 공장도 가격"이라고 밝혔다.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가격 경쟁보다는 MP3, 카메라 등 신기술에 치중해 고가에 휴대폰을
판매하는 국내 휴대전화 사업자들에게, 기능은 적더라도 저렴한 휴대폰을 판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체들은 그러나 "한국 시장의 얼리어답터들은
신기술을 만들어내는 자극이 되며 결국 이 같은 기술 경쟁이 외국 시장을 개척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며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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